유학생 주부 (F2) 미국 병원에서 봉사활동 하기 🏥

나는 현재 F2 Visa (학생 배우자 비자)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F2 비자는 유학생 (F1)의 배우자 혹은 가족에게 주어지는 비자 종류로 이민법상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없고 일주일에 몇 시간 이내로만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미국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기에 제약이 많은 신분이다. 돈 많으면 공주 비자, 돈 없으면 시체 비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국에 와서 첫해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100% 집에서 쉬면서 취미를 즐겼는데, 두 번째 해부터는 무엇을 할까 찾아보다 동네에서 하는 무료 Conversation club과 학교에서 하는 무료 ESL class를 다녔다.
올해 3년 차, 영어를 아직 능숙하게 말은 못 하지만 어느 정도 귀는 트인 상태여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다.
봉사활동은 수익이 없는 활동이기 때문에 F2 Visa holder 도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다. 우리 동네 주변에서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Human society (유기견/유기묘 보호소), Public Library, 교회, City Hall 그리고 병원 정도가 있었다.

 

나는 병원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도 하고 (물론 치료사로) 사무 관련 일을 해보고 싶어서 (학과 조교도 했었음) 병원에 봉사활동 지원을 했다.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는데 나중에 학교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할 때 CV/resume에 봉사활동 경험을 기입하면 작게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니면 추천서가 필요할 때 봉사활동을 한 부서와 분야가 비슷하다면 담당자에게 부탁해도 좋을 것 같다.
F2 visa holder 들은 어쩔 수 없이 배우자의 학위 과정 동안 공백기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이 나중에 재취업 혹은 미국에서 취업 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병원은 의료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서로 구성된 곳이기 때문에,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기가 쉬울 것 같다. 내가 봉사활동을 지원하기 전에 찾아본 바로 간호사를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고, 병실에 식사를 가져다주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봉사자 지원은 병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가능했는데 간단한 정보와 resume를 제공하면 됐지만, 종종 다른 병원에서는 추천서도 요구한다고 한다. 온라인으로 지원하고 며칠 후 volunteer coordinator에게 연락이 오고 (전화로 와서 엄청 긴장하고 받음), 미팅 약속 시간을 잡았다. 병원에서 일을 할 경우 여러 가지 검사 서류를 요구하는데, 이곳의 경우는 ​MMR, TB, Hepetitis B, Varicella (Chicken pox), TDAP 등의 항체 여부 검사지였다.
검사받은 서류가 없다면 병원에서 무료로 검사해주거나, 항체가 없으면 접종도 해준다.
아무튼 검사를 받기 전 봉사활동 관련 병원 규정 및 정보 보호에 관련된 서명을 한다.
그리고 ​Background check를 위해 SSN (Social Security Number) 혹은 ITIN (Individual Taxpayer Identification Number)을 요구한다. F2 visa holder는 SSN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첫 해 세금 보고할 때 ITIN을 발급받아뒀었다.
Background check와 피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집에서 ​Video orientation을 진행하고 서명지도 제출한다.
이 모든 과정이 1달 반 정도 걸렸다 (여름 방학이 걸려 였어서 여러 부서의 사람들이 휴가를 갔기 때문인 듯).

​​

Coordinator 와의 첫 미팅 때 내가 갖고 있던 검사 결과지들 제출하고, 필요한 추가 피검사를 진행했다. (피검사 결과는 이름 오류 때문에 일주일 정도 후에 나왔다. 피검사 결과지는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다고 나에게도 뽑아줬다) 개인 정보도 기입해서 제출하고, 본인이 병원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가에 대해서 얘기했다.
나는 봉사자로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범위를 몰라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자꾸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얻어가고 싶은 게 뭔지에 대해 질문을 했다.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일방적으로 어떤 일을 시키지 않고 항상 의견을 묻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하면 그 위치에 맞는 일을 찾아준다. (영어로 말을 잘 못해서 더듬더듬 대화를 시도했다, 넘나 친절했던 Kim)
아! 그리고 기본적으로 ​​6개월 이상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한다.

 

나는 환자를 직접적으로 만나는 일을 원하지 않아서 (이거 정말 피곤한 일이다) 사무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했고, 현재 Billing department에서 보조로 일하고 있다. 거창한 일은 아니고 문서를 복사, 타이핑 혹은 스캔을 해주는 정도?
해당 부서로 배치되기 전에는 회계 부서에서 서류 정리를 도와주기도 하고 CPR 교육 때 사용한 인형들을 닦고 정리하는 일도 했다.
요즘 부서 담당자와 조금 친해져서 대화를 나누다가 Medical statistics 나 Healthcare assistant, 혹은 accounting에 관심이 있다고 했더니, 관련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친절한 Trisha 🥰 (하지만 그 사람이 아파서 일을 그만두게 됨 😭)

 

대부분의 유학생 부인 혹은 남편 분들이 전업 주부로서 지내고, 또 향수병이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럴수록 자기만의 외부 활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에 와서 아직 향수병이나 우울함을 느낀 점은 없다.

아마도 한국에서의 복잡한 도시 생활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생활이 잘 맞아서 그럴 수도 있다.

일주일에 세 번 봉사활동을 가고 네 번은 운동을 하러,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새로운 영어 수업을 나갈 예정이다.

동네에서 하는 도서관 이벤트가 있어서 이번 주는 거기에 또 참석할 예정 :)

다들 미국에서 지낼 수 있는 좋은 기회에 본인을 위한 활동을 많이 하길 바란다 (물론 아이가 없다면, 헷!)

 

*재밌게 보셨거나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과 구독을 꾹 눌러주세요